카테고리 없음 2009. 9. 15. 19:58

#9 정체성


전화를 했다


"미안 내일하고 모레는 약속이 있어 그 밴드하는 친구랑..."


"응 알았어"

....


"그래서 어디 좋은데 가자고 하는데 갈까말까 고민중이야"

"좋겠다"

.....


"질투하는거야? 아님 내가 보고싶은거야?"

"노노 다시 전화할께"



질투라..질투라는 감정은 원초적이고 유치하지만 막상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약간 애가타는건 사실이지만..


이게 나를 안 만나주는거에 대한 질투인지, 남자를 만나는거에 대한 질투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참 할말이 없다

흠...



정체성.......


미국에오면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행동과 말투는 완전히 미국인인 사람들을 만날수있다

피는 한국인이지만 서류상은 미국인인 그들은 생긴거와 다르게 한국말이 아주 어설프다

나이를 먹어가며 자기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혼란이 오는 그들은 70~80년대 힘들었던 한국경제와 사회가

만들어낸 이민 1.5 세대이다...그리고 나는 그들을 사촌형이라 불렀다..




나가야지..




7번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굉장히 혼란스럽니다


수많은 중국인, 한국인, 미국인으로 섞여있어서 마치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뉴욕인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딱 지금 내 마음과 같다




생각해보면 뉴욕에와서 한번도 제대로된 정류장을 찾아서 가본적이없다


월스트릿을갈때도 시청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타임스퀘어 가는것도 어쩌다 보니 그랜드 센트럴에서 걸어가고

굉장히 이상했다




오늘은 맨하탄에 한인타운을 찾아가 보기로했다


분명히...53번가로 알고있었는데..도대체 나오지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리자 시위가 한창이였다



자유..

We want Free!!

라고 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애절함을 볼수있었다




육체적 자유가 아닌 마음의 자유를..

그리고..아무리 걸어도 한인타운은 나오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서전화기를 찾았다

여기온지 3개월 이나 지났는데.. 습관이란 무섭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자만 32번가 였다..

뉴욕은 호락호락하지 않는 곳인거 같다..아니면 내가 멍청한거거나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쉑버거를 하나 먹기위해 줄을섰다

햄버거 먹을려고 30분 줄서보기는 살다살다 처음이였다






공원에 앉아서 잠시 생각을 해본다 흠..






참나..다람쥐인지 쥐인지 청설모인지..비둘기와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들..

혼란스럽다..




마음이 도대체 가라앉지 않는다


도대체 이 마음의 심난함은 뭐때문에 생기는건지 알수가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지금 이렇게 걱정한다고해서 마음이 진정될까?





아니..내가 한국에가서 바로 일을 구한다 하더라도

이 이상한 마음이 사라질까?







바람에 맡기는게 더 좋겠다..



바람에 맡기는게 더 좋겠다...


바람에..



크리스티나가 해준말이 생각났다



"방향을 잃었다고해서 길까지 잃은건 아니야, 넌 지금 방향만 잃었을뿐이야"






그래....난...방향만 잃었을뿐이니까

잘알고는 있었다..



단지 그말이 듣고 싶었을수도 있다


남에게 그런말을 듣고 싶었을수도 있었다




그리고 방향은....언젠가는 그 길로 인도해준다


가만히 앉아서 발만 구르는것 보다....바람에 맡기면..바람이 해결해 준다.


코리아 타운이다..


엠파이어 빌딩이 정면으로 보이는이곳은

얼핏보면 신촌 한가운데 와있는거 같다




수많은 한국가계들..




백화점..

아무래도 괜히 온거 같다..



이곳에 이상한 정체성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뉴욕이면서 한국같은 이곳...

혼란스럽다 아무래도 갈때가 된거 같다



나도 모르게 굉장히 힘들어진다


뉴욕은 그냥 그자리에 있을뿐인데..



전화기가 보인다...

번호를 눌렀다..




그만두자..




조금 더 걸었다




전화기가 보인다..

관두자




아..Hello...




한가지는 확실히다





난 전화할 사람이 있다